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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만큼 초라한 마지막 길… 이웃들 배웅있어 외롭지 않네 덧글 0 | 조회 381 | 2017-03-06 00:00:00
관리자  

삶만큼 초라한 마지막 길… 이웃들 배웅있어 외롭지 않네

지난해 1월 울산시 남구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이모(66·여)씨가 지병으로 숨졌다. 그러나 그의 임종을 지키는 가족은 없었다. 슬하에 아들(35)이 하나 있지만 남이나 다름없었다. 친척들과도 20년 넘도록 왕래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아들과 이씨의 오빠에게 연락이 닿았지만 “내 가족이 아니다”며 장례를 거부했다. 그는 그렇게 ‘무연고 시신’으로 분류됐다. 시신은 57일 동안 병원 안치실에 있다가 겨우 장례가 치러졌다. 하지만 이씨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비록 가족은 없었지만 곁에 ‘희망나눔 동행’이라는 봉사단체가 있었다. 희망나눔 동행처럼 단절된 사회 속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은 사람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소외로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주고 고독사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0년쯤부터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던 희망나눔 동행은 지난해부터 쓸쓸히 생을 마감한 이들의 하늘 소풍길을 돌보고 있다. 지난달엔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했다. 장례지도사 30명 등 모두 120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기초자치단체 등을 통해 무연고자나 고독사한 시신에 대한 장례 의뢰가 들어오면 입관부터 염, 운구, 화장, 봉안당 안치까지 모든 장례 절차를 대신해 준다. 장례에 드는 비용 중 75만원은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회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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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동행 심문택(69) 회장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외로운 죽음은 현실이었다. 지난해 초 한 어르신이 숨진 지 3일 만에 발견됐다. 켜져 있던 전기장판 때문에 시신은 심하게 부패됐었다. 삶뿐 아니라 죽음까지 외롭게 맞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엔 장례를 치러준 사람들과 울산 중구지역 무연고자 18명의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쓸쓸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은 영정사진도 없었다.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일만이 쓰인 하얀 위패가 그들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다.

희망나눔 동행은 고독사 예방에도 앞장 설 계획이다. 회원들을 2인1조로 꾸려 독거노인을 매주 방문하고 하루에 한 차례 전화통화를 한다는 계획이다.

심 회장은 “적어도 사망 후 한참 뒤에 발견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점차 활동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례지도사협의회 봉사단은 올해로 16년째 장례봉사를 하고 있다. 처음엔 강봉희(62) 단장이 마음 맞는 사람과 이 일을 시작했지만 2009년 11월에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체계적인 봉사에 나섰다. 현재 회원은 300여명에 이른다. 이 봉사단도 모든 장례 절차를 대신 해주고 있다. 매년 치르는 장례는 70∼80건 정도. 장례에 드는 1억여원의 비용은 회비로 해결한다. 강 단장은 “1997년쯤 암에 걸려 석 달도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새로 얻은 삶은 남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고 쓸쓸히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돕고 싶었다. 고단한 삶을 살았던 분들이 가는 길마저 초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화장을 기다리는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